컬렉션, 미술관을 말하다_조각 / 제3전시실


한국 근대조각의 선각자들은 일제의 강점과 광복, 전쟁과 분단이라는 격동의 반세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예술 경향을 습득하고 한국적 정서와 체질이 투영된 독자적인 조소(彫塑)예술의 확립을 모색하였다. 1950년대 이전, 일본을 통해 습득된 양식화된 사실주의 형식의 제한된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현대조각은 1950년대 말 전후(戰後)의 혼란기 속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1940년 말 설립된 국내미술대학 출신 조각가들의 활동과 서구에서 활발히 시도되었던 용접 기법의 확산은 구축 적이며, 표현적인 형식 실험의 가능성을 넓혀주었다. 1960-70년대는 다양한 추상조각의 실험이 활성화된 시기였다. 격렬한 앵포르멜 추상조각,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드러낸 유기적 형태의 조각, 규칙적이며, 기하학적인 미니멀 조각 등 풍부한 표현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한국현대조각은 1980년대 후반 다양한 매체 실험과 공간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설치조각의 확산, 199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이 반영된 장르 파괴와 혼용, 컴퓨터, 비디오 등의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설치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본 전시실은 크게 근대의 아카데믹한 인체 표현에서 최근까지 이어지는 ‘구상 조각’과, 1950년대 말 이후 한국 조각계의 주류를 형성한 ‘추상조각’의 흐름으로 나뉘어 있다. 전시실 도입부에서는 김복진, 김경승의 근대기 조각과 사실주의 조각의 힘을 보여준 류인, 국제적 활동이 돋보이는 이불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최기원과 박석원은 1950년대 말 구축적이며 표현적인 앵포르멜 조각의 특성을 보여주며, 1960-70년대 유기적 형태의 추상조각은 돌과 나무 등의 재료를 통해 자연스러운 형태감을 강조한 김종영, 김정숙의 작품으로 살펴 볼 수 있다. 존배, 정광호는 물리적 실체감과 무게감이 제거된 구성적인 조각의 특성을 보여주며, 표현 요소를 최소화하고 규칙적이며 반복적인 구성과 단순화된 형태를 보여주는 김인겸과 엄태정의 작업은 미니멀리즘의 대가 도널드 저드의 작업과 흥미롭게 비교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조각의 방대한 영역 중 특징적인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 한 세기를 거치면서 진행 되어온 거대한 흐름 속에서 주목되어야할 다양한 경향들과 주요 작가들은 미술관 조각 컬렉션에 대한 조사, 연구를 거쳐 심화된 전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 질 것이다. 컬렉션은 미술관의 존재를 증명하고, 미술관의 위상과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도구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조각 컬렉션이 명실 공히 한국 근·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컬렉션으로 인정받는 것이야말로 미술관 컬렉션 수집과 소장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컬렉션, 미술관을 말하다_조각